길 잃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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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꽃동네 앞 간판을 칠하던 엘리사벳 자매님을 돕던 어느날,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수 없는 어떤이가 맨발로 걸어 오고 있었습니다.
우리 집 앞을 지나 가는데 가까이 보니 웃통을 벗고 모자를 쓰고 파자마를 입은체 가슴을 드러내놓고 티셔츠를 움켜 잡고 있었습니다.
길을 건너 다가가서 어디가느냐, 옷을 입혀주겠다고 살 살 다가 갔더니 그냥 바닥에 주저 앉았습니다.
입과 손에는 망고 같은 과일을 먹은 듯 끈적거리고, 옷에도 지저분한데가 바지도 변이 묻어 있었습니다.
배고프냐고 물었더니 웅걸거리며 알수 없는 소리를 하고 배를 보니 경한 복부 탈장이 의심되었습니다. 병원가겠냐고 했더니 대답을 하는 듯 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 들어 서서 우리를 구경하기 시작했고 지나가던 구르마도 멈춰서 우리의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을 아느냐, 본적이 있느냐, 이동네에 사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며 아마도 정신병원에서 나왔을 거라고 합니다.
우리집 가까운 곳에 정신병원이 하나 있지만 정말 거기서 나왔는지 알수 없기에 우선 너무 지저분하니 씼기고 배가 고픈듯하니 밥도 좀 드리고 병원으로 찾아가야겠다 싶어서 우리 마을로 휠체어를 이용해서 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저항을 하면서 안들어 가겠다고 발버둥을 치며 버티기 시작했습니다.
에고에고.....
할 수없이 정문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수돗가에서 목욕을 씼기고 새옷으로 갈아 입히는데 얼마나 씨름을 했는지....
물을 부어 씨기는데 휠체어에서 내려오려하고 비누를 부으면 붓지 말라고 손으로 밀어대고 더러운 옷을 벗기는데 옷을 얼마나 꼭잡고 있는지....
새옷을 입혀도 벗겠다고 저항하고 빵과 주스를 줘도 싫다하고...
잘 차려 입히고 모자 다시 씌우고 나니 좀 잠잠해 져서 차에 태우고 정신병동을 향해 갔습니다.
순순히 차에 올라타고 어깨를 안아 주니 착한어린양처럼 온순하게 기대어 앉아서 병원까지 무사히 들어갔습니다.
만약 병원에서 아니라며 안받아 주면 우리가 모시고 살아야겠다 싶었는데 다행히도 그곳의 간호사가 얼굴을 알아 보고 맞다고 하니 "메씨 본지에! (Thank God !)"
정신병동은 넓은 땅에 드문 드문 집들이 있고 집 담벼락에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고 남자들 두어명은 나체로 아무렇지도 않게 활보하고 다니는데 마치 에덴동산에서 나온 사람들처럼..... 게다가 그것을 아무도 개의치 않는군요.
병언 한 쪽에는 외진 온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바쁠 것도 없는 평화로운 분위기.
그래도 이들은 적어도 배를 굶지 않겠다는 생각에 안심이 됩니다.
그 아주머니는 철문으로 단단히 단속하는데도 어떻게 병원을 탈출했는지 궁금하네요
다시 집을 잃고 헤매는 일이 없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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