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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 포토 앨범 (Photo)

알베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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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지아
댓글 0건 조회 10,447회 작성일 12-09-3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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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저녁 저녁기도후 마을을 돌아 봅니다.
이백여명의 어르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

편찮으신 분은 없는지, 문은 잘 닫고 주무시는지 혹여 어두운데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분은 없는지, 담장을 넘어 들어오는 사람은 없는지, 불필요한 전기는 없는지, 물은 제대로 잠궜는지, 태우던 낙엽의 불은 제대로 껐는지, 돼지들은 자기집에 들어가 잠을 자는지…

라운딩을 하다보면 “쌍떼”(건강)라고 하는 구역에 계신 분들의 집은 꼭 문을 열고 확인을 해 봅니다. 그 곳은 특별히 간호가 필요한 중환자들의 집들이 모여있습니다. 밤 10시 이후에는 발전기가 꺼지므로 가능한 그전에 방문해서 기저귀도 갈고 열은 없는지 잠은 잘 주무시는지 확인 해야하는 곳입니다.

치매 할아버지 한분이 깡마른체 늘 누워서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천장만 바라보고 계십니다.
할아 버지는 종종 변을 손으로 파서 벽에 바르고 침대 모서리에도 바르고 시트에도 바르다 보니 손톱 밑에도 오물이 잔뜩 껴 있곤 했습니다. 매일 저녁 “알베” 라고 부르며 들어가면 뭐라고 한참 얘기하시고 소리도 지르시곤 하셨습니다. 그러면 다가가서 “목마르세요?”라고 물으면 그렇다고 하시면 입을 벌리고 입맛을 다시곤 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언제 물이 올지 몰라서. 기저귀를 갈고 물을 드리고 함께 불어로 주모경을 바치고 마지막으로 “무에 레메 우” (사랑합니다.) 라고 말하면 딴소리를 하시며 따라 하지 않으셨습니다. 폐렴으로 상태가 많이 나빠져서 돌아가실 것 같아 병자성사를 드려다 항생제 치료를 받고 좋아져서 또 소리를 기운차게 지르시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서서히 욕창도 생기고 발에 상처들이 하나 둘 생기더니 기력이 쇄약해 졌지만 그래도 목소리를 기운차 있었는데 그날 따라 “사랑합니다” 라는 말을 따라 하셨습니다. 제 귀를 의심하고 한번더 사랑한다고 말을 했는데 또 따라 하셨습니다. 너무 기뻐서 저를 사랑하시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하셨습니다. 참으로 기뻤습니다. 그 동안의 수고들이 허공에 날라가 버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분의 한마디 대답으로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그 다음날 조용히 하늘 나라로 가셨습니다.
마치 물방울들이 한방울 한방울 모여 냇물을 이루듯 알베 할아버지는 우리의 매일 반복되는 작은 사랑의행위를 보고 계셨습니다.
지금은 자유롭게 하늘 나라에서 생활하고 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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