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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월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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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지아
댓글 0건 조회 31,744회 작성일 17-04-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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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에서 만난 하느님


정태종 마지아 수사


사랑합니다. 저는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 유기서원자 정태종 마지아 수사입니다. 신학과 3학년 공부를 마치고 어느덧 첫 서원한 한 해가 끝날 무렵, 저는 공동체의 배려로 아이티 분원에 다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태어나서 해외에 가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에 많은 것이 새롭고 낯설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아이티 사람들의 삶은 한국 사람들과의 삶과는 많이 달라보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것들을 쉽게 얻을 수 있었는데 반해, 아이티에서는 이를 얻기 위해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전기도 쓰려면 발전기를 돌려야만 했고, 마실 물도 귀했습니다. 다행히 꽃동네 안에서는 마실 물을 위한 설비가 잘 되어있었지만 외부에서는 쓰레기장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는 곳도 있었습니다. 시장에서도 부르는 게 가격이라 매 번 물건을 살 때마다 흥정하고 실갱이를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날씨도 더웠고, 모래 먼지가 섞인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한 번 밖에 다녀오면 머리가 푸석푸석해졌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수사, 수녀님들은 어디를 가든지, 길가에 가난한 사람을 만나면 그분들을 거의 다 모셨습니다. 차 안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더라도 수도자 분들의 시선은 항상 모셔야 할 분들을 찾고 있었습니다. 나라 자체가 가난한 데에다, 정신과 환자들이 많이 모셔야 할 분들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분들을 거리에서 만나보니, 제대로 먹지 못해 몸이 야위었고, 머리를 비롯한 온 몸이 먼지와 오물 범벅인데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악취가 심했습니다.
아이티에서 생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수사님과 밖에서 환자 분을 모셔온 적이 있었습니다. 꽃동네에 도착에 그분이 차에서 내리는데, 냄새가 정말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분을 모시고가서 이발을 해드리고 목욕을 해드렸습니다. 그러면서 그분의 야윈 몸을 만져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 문득 강하게 느껴진 직감에 “아, 이분이 내 예수님이셨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깨닫기 전에 방탕한 삶을 살았을 때 나를 위해 몸 바치셨던 예수님, 기도도 할 줄 몰랐던 저를 수도회로 불러주셨던 그 주님, 내가 생활하면서 정말 힘들고 어려웠을 때에 기도 중에 저를 만나주셔서 손을 만져주시고 가슴에 손을 올려주시며 위로해주셨던 예수님, 그분이 내 앞에 서 있는 분이시구나 나를 것을 저는 알 숭 있었습니다. 이전에 사실 우리는 기도 안에서, 성경 안에서 삶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체험하며 살지만, 어리석게도 저는 그런 예수님을 정말 더 가까이, 실제로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랬던 제 앞에 예수님께서 나타나신 것입니다. 그분의 모습은 실제로 빛나고 우리가 은연중에 기대하는 멋진 모습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이셨고, 야윈 몸을 지니시고, 힘없으신 모습이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그분의 사랑을 알든 알지 못하든, 그분께서 저를 위해 자신을 바치셨기 때문에 그렇게 되신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분을 씻겨드리면서 내 삶과 예수님께 대한 사랑을 깊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분께서 제 앞에 나타나셨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그분에게 목욕을 해드리고, 옷을 입혀드리고, 목마르다 하셔서 마실 물을 드린 것은 제가 받았던 예수님의 크신 사랑을 완전히 되갚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분의 사랑에 대한 보답을 할 수 있었던 귀중한 기회였습니다. 저에게 이런 기회를 허락해주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아이티에 있는 동안 실제로 많은 분들이 꽃동네에 모셔졌고, 그분들을 씻겨드리고 돌볼 수 있음에 정말 행복했습니다.
지금은 선종하셨지만 심한 피부병과 욕창으로 고생하신 마니즈 아주머니도 계셨습니다. 피부병 때문에 직원들도 멀리하는 가족분이라 냄새도 심했고 개미들이 꼬여 살을 먹기도 했습니다. 수녀님과 그분을 씻겨드리고 온 몸을 덮은 죽은 살을 떼어낸 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저도 온 몸에 피부병에 퍼졌었습니다. 하지만 그 가족 분께서 겪으셨던 고통과 어려움이 조금이나마 동참할 수 있었기에 피부병이 저에게 허락된 것에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피부병이 생겼던 팔의 피부에 흉터가 생기고 조금 얼룩얼룩해졌지만, 이는 앞으로 지워지지 않을 하느님의 귀중한 선물의 흔적으로 여겨집니다.
아이티에 성체가 모셔져 있는 조배실은 좁습니다. 한 사람이 들어가면 기도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들어가기가 좀 마음에 걸렸었는데, 수사님이 수도자가 조배를 할 수 없을 때에는 위중한 환자 분 앞에 가 있는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저녁기도가 끝나면 누워계신 환자 분들께 잠시 다녀가서 그분들 손을 잡아드리고 있는 것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때는 마치 실제로 예수님을 손을 잡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종종 선종하신 가족 분들이 계시면 영안실에 있는 냉동고에 시신을 모시는데 그 앞에서도 머물 수 있는 기회가 있기도 했습니다. 그 시간 실제로 저는 예수님의 무덤과 시신 앞에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영안실에 모셔진 시신 앞에 있을 때마다 사랑에 몸 바치시다 돌아가신 예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예수님하고 동시대를 살지는 않았지만, 영안실 안에서 머물 때마다 오래 전에 돌아가셨던 예수님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기원했습니다.
아이티 꽃동네에는 가족 분들이 무려 230여 명이 있었습니다. 직원들이 있다고 해도 수도자 분들 5명이서 돌보는 것은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수도자 분들은 가족 분들을 정말 지극 정성으로 돌보시고 끊임없이 가족 분들을 밖에서 모시고 오고, 장례를 해드렸습니다. 제가 체험한 바에 의하면, 5명밖에 되지 않는 수도자들 분들이 그렇게 많은 가족 분들을 모시고 살 수 있는 이유는 좋은 의견과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궁극적인 이유는 수도자 분들이 손수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고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며, 서로 일을 하면서 그리고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를 위한 양보와 희생, 그리고 자신이 아닌 타인, 공동체를 위해 바보가 되고, 상처를 받아들이는 귀중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분들은 많은 일을 하기도 하지만 그 일 이상으로 각자의 삶에서 많은 것들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그리고 공동체와 타인을 위해 포기합니다. 약 50일 정도의 아이티에서의 시간 속에서도 저의 부족함을 수사, 수녀님들이 받아주셨고, 사랑도 많이 받았습니다. 어떨 땐 수사, 수녀님들이 정말 가족같이 심지어는 부모님 같다고 느껴졌을 때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꽃동네 가족 분들과 직원 분들, 그리고 수도자 분들이 어느 덧 제 마음 안에서 자리를 다 차지해, 떠날 때쯤에는 마음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여기 계신 가족 분들을 어쩌면 내 삶에서 다시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에 아이티에서 잠에 들 때마다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실제로 출국하는 날 아침에 꽃동네 가족들 중 한 분인 시몽할아버지께 작별 인사를 하는데 할아버지 앞에서 하염없이 흘러내렸습니다. 할아버지도 제 앞에서 우셨고, 제게 시편을 읊어주셨습니다. “그분께서 새잡이의 그물에서 위험한 흑사병에서 너를 구하여 주시리라. 당신 깃으로 너를 덮으시어 네가 그분 날개 밑으로 피신하리라.”(시편 91) 할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면서 시편을 읽어주시는데, 할아버지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시몽할아버지 집 앞에서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그냥 주저앉아버렸습니다.
저는 이렇게 많은 보화들을 안고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지금도 무언가 하고 있지 않을 때에는 눈앞에 꽃동네 가족들, 직원들, 수사, 수녀님들이 보이고, 미사 때 신부님과 가족 분들이 노래하는 소리도 선명하게 들립니다. 가난한 사람들 곁에 있는 것이 하느님 곁에 있는 것임을 아이티에서 받은 저의 가장 귀중한 교훈이었습니다. 훗날 어떤 소임지에 가더라도 꽃동네 가족들과 가난한 사람들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결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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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꽃동네 (Haiti_Kkottongnae)

’꽃동네’는 사랑의 결핍 때문에 가정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아 길가에서 다리 밑에서 아무 말 없이 죽어가는 ’의지할 곳 없고 얻어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는’ 분들을 따뜻이 맞아들여 먹여주고 입혀주고 치료해주며,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 살다가 돌아가시면 장례해드리는 데까지 보살펴드리는 사랑과 구원의 공동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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