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 월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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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의 산에는 나무보다는 돌이 많습니다. 어떤 산은 나무가 전혀 없이 쭉 돌뿐이라 작열하는 태양을 피할 데 없어, 이런 산을 오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그러나 쉬려고 앉기 위해 고개를 아래로 내릴 때면, 돌밖에 없는 이 땅 위에 푸르고 여린 꽃이 돌 틈사이로 힘겹게 피어나 있는 모습에 시선이 절로 가곤 합니다.
어느 화요일 잊을 수 없는 저녁, 돌아가신 가족분의 시신을 장례식 때까지 모셔두던 시신냉동실이 고장이 나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고, 사후 12시간이 지난 시신을 차의 뒷좌석에 싣고 냉동실을 찾아 장례식장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돌아왔더니, 누군가가 꽃동네의 문 앞에 눈이 보이지 않고 걷지도 못하는 할머니를 버려두고 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칙칙하고 이곳저곳 무너졌으며, 쓰레기가 여기저기 쌓여있는 아이티의 주변 환경은 제 마음에 우울함을 더해줍니다. 그리고는 생각합니다. 돌산 같은 아이티에도 사랑의 꽃이 필 수 있을까? 이내 마음의 어둠을 걷어내고, 저희는 버려진 할머니를 모시고 들어가서 정성을 다해 씻겨드립니다. 수사님들과 수녀님들께서 분주히 움직이시는 모습을 보며 저는 홀로 되뇝니다. “돌 틈에서도 꽃은 핀다.”
예수님이 살아가시던 마을 나자렛, 히브리어 ‘나자렛’은 한국말로 번역하면 꽃동네가 됩니다. 꽃동네는 그 이름 그대로 이곳 아이티에서 사랑의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의지할 곳 없고 얻어먹을 수 있는 힘도 없이 죽어가고 버려지는 분들을 모셔와 그분들의 남은 삶을 아름다운 꽃과 같이 소중하게 돌보고 있습니다.
이제 갓 첫 서원을 한 어린 수사인 저는 잠시 2달간 아이티로 파견되어 왔습니다. 저의 아침 일과는 가족 분들의 목욕으로 시작됩니다. ‘맘보’라고 불리는 형제님은 하반신에 대변을 온통 묻힌 체로, 저보다 먼저 와 샤워실에서 저를 기다립니다. 약 10분 간, 딱 두 사람 서 있을 만한 좁은 공간에서 똥 튀는 전쟁이 벌어집니다. 닦으려는 나와, 몸이 제어가 되지 않아 마음대로 움직이는 우리 ‘맘보’ 형제님. 제 몸에도 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기에 저도 옷을 벗지 않을 수 없습니다. 때로는 사람인지라 인상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예수님을 대하듯, 발뒤꿈치에 묻어있는 덩어리를 떼려는 손길 한 번에 제 온 몸을 깊숙이 구부려봅니다. 샤워 실을 나올 때 반겨주는 것은 태양, 눈이 부심에 아랑곳 않고 그 빛을 떳떳하게 바라봅니다. 주님을 위해 이 순간 최선을 다했음에 뿌듯해하며. 그 순간 빛살이 제 영혼을 씻겨주듯 저는 행복에 젖습니다.
오후엔 목수가 되어봅니다. 형편없는 솜씨이지만 가족 분들의 낡은 집을 수리해드립니다. 이런 엉터리 목수를 가족 분들이 얼마나 찾으시는지.. 모자 하나에 의지한 채 공구함을 들고 땡볕에서 나무를 다루고 망치를 두드립니다. 만족하게 집을 고치고,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을 때에는 나자렛의 목수 예수님이 된 듯 한 기분속에 빠져서 고마워하는 가족 분 앞에서 아픈 팔을 뒤로한 체, 별거 아니라는 듯이 온갖 폼을 잡아보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그 마음을 이어가려고 몸을 무리해가면서, 나무와 망치를 들고 또 다른 집을 수리하기 위해 뒤돌아섭니다.
일하다 지칠 때면 그늘 속으로 몸이 절로 기어갑니다. 몸이 푹 가라앉는 기분, 지쳐서 눈이 절로 감깁니다. 잠시 쉬어야겠다고 마음이 굳어진 이 순간, 전화가 울립니다. 가족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감겨진 눈을 손으로 억지로 올리며 그곳으로 비틀대며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이내 정신을 차리고 똑바로 힘 있게 걸어갑니다. 시신 앞에 모든 수도자가 모여 기도합니다. 돌무더기 같은 곳에 버려져 있던 죽어가던 생명, 하지만 이제는 꽃동네에서 돌틈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한 송이의 꽃으로서 삶을 마무리 합니다. 하느님 앞에 꽃이 될 수 있도록, 하늘나라 정원에 심겨지는 하나의 꽃이 될 수 있도록 우리는 그 시신 앞에서 그분의 고통과 죽음, 남은 죄까지 대신하기를 기도합니다.
여기는 아이티의 나자렛, 꽃동네. 버림받은 이들이 사랑의 꽃으로 다시 태어나는 곳입니다. 한 여름인 아이티의 두 달, 가장 뜨거웠던 60일, 이 시간은 제 삶에서 귀중한 시간으로 자리할 것 같습니다. 훗날 공부가 끝나면 다시금 해외에 나오길 기도합니다. 그곳에서 가장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살 수 있기를...
전남현 야고보 수사
어느 화요일 잊을 수 없는 저녁, 돌아가신 가족분의 시신을 장례식 때까지 모셔두던 시신냉동실이 고장이 나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고, 사후 12시간이 지난 시신을 차의 뒷좌석에 싣고 냉동실을 찾아 장례식장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돌아왔더니, 누군가가 꽃동네의 문 앞에 눈이 보이지 않고 걷지도 못하는 할머니를 버려두고 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칙칙하고 이곳저곳 무너졌으며, 쓰레기가 여기저기 쌓여있는 아이티의 주변 환경은 제 마음에 우울함을 더해줍니다. 그리고는 생각합니다. 돌산 같은 아이티에도 사랑의 꽃이 필 수 있을까? 이내 마음의 어둠을 걷어내고, 저희는 버려진 할머니를 모시고 들어가서 정성을 다해 씻겨드립니다. 수사님들과 수녀님들께서 분주히 움직이시는 모습을 보며 저는 홀로 되뇝니다. “돌 틈에서도 꽃은 핀다.”
예수님이 살아가시던 마을 나자렛, 히브리어 ‘나자렛’은 한국말로 번역하면 꽃동네가 됩니다. 꽃동네는 그 이름 그대로 이곳 아이티에서 사랑의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의지할 곳 없고 얻어먹을 수 있는 힘도 없이 죽어가고 버려지는 분들을 모셔와 그분들의 남은 삶을 아름다운 꽃과 같이 소중하게 돌보고 있습니다.
이제 갓 첫 서원을 한 어린 수사인 저는 잠시 2달간 아이티로 파견되어 왔습니다. 저의 아침 일과는 가족 분들의 목욕으로 시작됩니다. ‘맘보’라고 불리는 형제님은 하반신에 대변을 온통 묻힌 체로, 저보다 먼저 와 샤워실에서 저를 기다립니다. 약 10분 간, 딱 두 사람 서 있을 만한 좁은 공간에서 똥 튀는 전쟁이 벌어집니다. 닦으려는 나와, 몸이 제어가 되지 않아 마음대로 움직이는 우리 ‘맘보’ 형제님. 제 몸에도 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기에 저도 옷을 벗지 않을 수 없습니다. 때로는 사람인지라 인상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예수님을 대하듯, 발뒤꿈치에 묻어있는 덩어리를 떼려는 손길 한 번에 제 온 몸을 깊숙이 구부려봅니다. 샤워 실을 나올 때 반겨주는 것은 태양, 눈이 부심에 아랑곳 않고 그 빛을 떳떳하게 바라봅니다. 주님을 위해 이 순간 최선을 다했음에 뿌듯해하며. 그 순간 빛살이 제 영혼을 씻겨주듯 저는 행복에 젖습니다.
오후엔 목수가 되어봅니다. 형편없는 솜씨이지만 가족 분들의 낡은 집을 수리해드립니다. 이런 엉터리 목수를 가족 분들이 얼마나 찾으시는지.. 모자 하나에 의지한 채 공구함을 들고 땡볕에서 나무를 다루고 망치를 두드립니다. 만족하게 집을 고치고,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을 때에는 나자렛의 목수 예수님이 된 듯 한 기분속에 빠져서 고마워하는 가족 분 앞에서 아픈 팔을 뒤로한 체, 별거 아니라는 듯이 온갖 폼을 잡아보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그 마음을 이어가려고 몸을 무리해가면서, 나무와 망치를 들고 또 다른 집을 수리하기 위해 뒤돌아섭니다.
일하다 지칠 때면 그늘 속으로 몸이 절로 기어갑니다. 몸이 푹 가라앉는 기분, 지쳐서 눈이 절로 감깁니다. 잠시 쉬어야겠다고 마음이 굳어진 이 순간, 전화가 울립니다. 가족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감겨진 눈을 손으로 억지로 올리며 그곳으로 비틀대며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이내 정신을 차리고 똑바로 힘 있게 걸어갑니다. 시신 앞에 모든 수도자가 모여 기도합니다. 돌무더기 같은 곳에 버려져 있던 죽어가던 생명, 하지만 이제는 꽃동네에서 돌틈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한 송이의 꽃으로서 삶을 마무리 합니다. 하느님 앞에 꽃이 될 수 있도록, 하늘나라 정원에 심겨지는 하나의 꽃이 될 수 있도록 우리는 그 시신 앞에서 그분의 고통과 죽음, 남은 죄까지 대신하기를 기도합니다.
여기는 아이티의 나자렛, 꽃동네. 버림받은 이들이 사랑의 꽃으로 다시 태어나는 곳입니다. 한 여름인 아이티의 두 달, 가장 뜨거웠던 60일, 이 시간은 제 삶에서 귀중한 시간으로 자리할 것 같습니다. 훗날 공부가 끝나면 다시금 해외에 나오길 기도합니다. 그곳에서 가장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살 수 있기를...
전남현 야고보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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