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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 뉴스 게시판 (News)

2017.7월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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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지아
댓글 0건 조회 26,833회 작성일 17-09-12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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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새 땅'을 만들기 위해 고통 받고 있음을 압니다“
-성 요한 바오로2세 방한 1984년 5월 5일 부산 수영비행장에서-

 †찬미예수. 아멘. 사랑합니다.

 한국 천주교 전래 200년 이래 성 요한 바오로2세께서 첫 방한을 하셨던 때를 돌아보았던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1984년 5월 3일 김포공항에 내리시며 성인의 친구(親口) 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순교자의 땅, 순교자의 땅”이라는 우리말을 되풀이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사말 첫머리에서 “벗이 있어 먼 데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를 서툰 한국어로 말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합니다. 이는 논어에 나오는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구절을 한국어로 인용한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겨우 삼십년을 살면서, 수도생활 겨우 6년째에 접어들며 살아가다보니 아브라함처럼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머나먼 이국땅으로 떠나게 되는 삶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국땅은 분명히 구원의 약속이 보장된 땅이기도 하지만 내 인간적인 설렘과 두려움이 앞선 나머지 너무나 가고 싶은 땅이기도 했고, 발조차 디디고 싶지 않을 땅이기도 했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 동안에 너무나 설레었던 파라과이를 도망치듯 거치고, 밟고 싶지 않았던 아이티라는 땅으로 오게 되었지만 저는 아직도 ‘가고 싶은 곳, 가고 싶지 않은 곳.’ 이라는 부끄러운 감정들이 반복되는 땅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것은 제 ‘마음’이라는 이국의 땅입니다.

 2012년 4월 9일 꽃동네에 입회하던 때 아이티로 파견되는 수도자 분들이 계셨었습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하느님의 계획안에 저는 지금 그 때 이국의 땅으로 떠다시던 존경스럽고도 아름다운 선배 수사ㆍ수녀님, 꽃동네 영성을 살아 내시는, 그리고 그 열매가 뚜렷하게 보이며 이미 무수히도 열매를 맺어놓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이곳에는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얻어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으며 국가에서조차 돌봄을 받지 못하고 버림받은 anawim이라 불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본래 anawim은 ‘가난한 자’라는 뜻으로 히브리어를 라틴어로 표현한 단어입니다. 하느님께 희망과 기쁨을 두고 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뜻하는데 이런 꽃동네 수도자, anawim들이 본래 하느님의 뜻대로 그분만을 찬미ㆍ찬양하며 살도록 창조되어 졌으나 우리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버려지고 하느님을 찬미ㆍ찬양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고통 받는 예수님, 그리고 anawim들을 맞이해 꽃동네 창설자이신 존경하올 오웅신 사도요한 신부님의 영적 체험과 삶을 바탕으로 하여 가난한 이들을 모시고 살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마태 복음 25장 40절-

 아이티라는 땅은 실로 어렵습니다. 도착하기도 전에 마음속에서 되뇌었던 말이 떠오릅니다. ‘가고 싶지 않은 땅이여, 도망치고 싶은 땅이여...’ 어려운 땅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서로를 위해 배려하고 양보하며 희생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려움이 많은 곳에서 수도자로서 그 영성을 살아내지 못하고 온갖 세속 유혹과 타협하고 기도하지 않고 영성을 살지 않고 육욕에 속해서 살다보면 내가 사는 그 땅은 황무지가 됩니다. 아무리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이라 할지라도 내가 밟고 있는 그 땅은 지옥보다도 더한 곳이 됩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께서 1984년 첫 방한 때 한국 땅을 밟으시며 어떤 것을 느끼셨을까요? “순교자의 땅이여, 순교자의 땅이여.” 성인께서 되뇌어 말씀하셨던 것처럼 그곳은 순교자의 땅이었습니다. 새 땅이 되기 위해 그곳은 고통 받은 곳이었으나 이내 축복받은 땅이 되도록 약속 받은 땅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느 곳에 속하여 살고 있습니까? 내가 가고 싶은 않은 땅이라고 달갑지 않은 고통이 도사리고 있다며 이내 저주하고 멸시하며 무시하고 도망치면 그 땅은 버림받은 황무지가 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 땅에 버림받은 예수님께서 누군가가 자신을 맞이해 주길 기다리며 고통 받고 계십니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어둠 때문에 씨 뿌리는 사람이 제 마음에 심어놓은 거룩한 씨앗이 채 자라기도 전에 앗아가는 일이 없도록 기도합니다. 그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제가 속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기도합니다. 아이티에서 소임을 하며 느끼게 되는 것은 ‘제일 살기 힘든 곳은 내 마음이요 제일 살기 쉬운 곳은 예수님 마음이다.‘라는 묵상을 하게 됩니다. 사랑합니다.

최 도마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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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는 사랑의 결핍 때문에 가정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아 길가에서 다리 밑에서 아무 말 없이 죽어가는 ’의지할 곳 없고 얻어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는’ 분들을 따뜻이 맞아들여 먹여주고 입혀주고 치료해주며,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 살다가 돌아가시면 장례해드리는 데까지 보살펴드리는 사랑과 구원의 공동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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