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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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 전 한 걸인이 있었다. 젊어서 일본에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탄광에서의 혹독한 시련을 견디다 못해 탈출을 시도하지만 결국 발각되고 만다. 온갖 고문 끝에 몸과 정신이 망가지게 되자 일본군은 그를 한국으로 돌려 보낸다. 천신만고 끝에 고향에 돌아왔지만 집안은 이미 풍비박산이 난 지 오래였다. 살 길이 막막했던 그는 결국 걸인들의 무리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고혈압과 정신병으로 인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직 밥동냥 해오는 것 뿐이었다. 걸인의 무리 속에는 결핵환자와 장애인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밥을 구걸하러 다닐 힘조차도 없는 이들이었다. 그들을 위해 이 걸인은 매일 밥동냥을 해와 그들을 먹였다. 자신도 먹기 전에 말이다. 걸인에겐 큰 일을 할 힘은 없었다. 단지 '얻어먹을 수 있는 힘'밖에는. 그러나 그는 그 힘을 가지고 18명의 다른 걸인들을 먹여주었다. 그의 이름은 '최귀동' 꽃동네의 시작을 알리는 고귀한 이름이 되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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