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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꽃동네에서 만난 사람들 10/16/2017~10/20/2017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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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지아
댓글 0건 조회 19,974회 작성일 17-11-05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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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2017, 둘째날 _ 하루 일과.   어제 저녁을 먹는 참에, 수녀님이 말해 주셨다. “아침에 닭이 우는데, 자매님 계시는 숙소 옆에 닭은 좀 일찍 울 거예요.” 잠을 자는데, 바로 옆에 있는 것 처럼 요란한 수탉 소리에 핸드폰 시간을 확인하니 시간은 3시 58분. 한 시간을 더 자고 5시에 일어나는데 나머지 수탉들이 울고 있었다. 꽃동네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기가 수탉에 질세라, 요란하게 돌아가며 꽃동네를 깨우고 있었다. 밤새 수도꼭지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을 받아 놓은 통에서 바가지로 물을 뿌리며 간단히 샤워를 하고 미사를 드리러 갔다. 문득 올려본 어두운 밤하늘에는 수 많은 별들이 꽃동네를 품어주고 있었다. 별을 따라, 좁다란 돌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자니 마음이 평화롭고 하루가 열리는 것이 기뻤다. 할머니들은 이미 자리에 앉아 미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사가 시작되자 복사 한명, 아이티 신부님, 한국 신부님이 제대에 오르셨다. 언어를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전례의 순서를 가늠할 수는 있었다. 미사 끝에 신부님은 할머니들께 간단히 내 소개를 해주었다. 맨 끝줄에 앉은 나를 돌아보는 할머니들의 많은 눈들을 보며 수줍은 마음이 들었다. 원장수녀님이 ‘막달레나’인 내 이름이 이곳에서는 ‘마들렌'이라고 알려 주셨다. 미사 후에는 성무일도가 있었다.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나를 위해, 원장수녀님은 옆에 앉아 책을 이리저리 넘겨주며 함께 따라갈 수 있도록 해주셨다. 낯선 음률이지만 평온하고 깊은 울림이 있는것 같았다. 긴 아침기도를 마치고 앉아 있는데, 여자 한분이 식당에 달린 종을 치기 시작했다. “아침식사를 알리는 종소리예요. 여기 분들은 시계가 없거든요.” “저는 뭘 할까요?” “자매님은 한 테이블에 가서 함께 식사배급을 도와주시겠어요?” 라고 원장수녀님이 말씀하셨다. 어떤 테이블로 갈까 쭈뼛거리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갔다. 식당의 한 구석에서 각 테이블로 갈 큰 양동이와 그릇들에 음식을 채우면, 각 테이블의 배식담당자가 가져가 그 구역에 속한 분들께 식사를 나눠주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물을 수도 없고, 대충 눈치로 보조를 맞췄다. 모두에게 식사가 골고루 나눠지는 동안 누구도 음식에 손을 대지 않았다. 음식이 나눠지면, 배식담당자 한분의 리드로 모두 함께 식사전 기도를 바쳤다. 거동이 가능한 분들은 식당에서 배식을 챙겨가고, 이후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배식 담당자는 각 숙소로 음식을 배달했다. 배식을 마치면 직원과 수도자들의 아침식사가 이루어졌다. 처음 먹어보는 아이티 음식이지만, 간이 맛있어 어려움없이 먹을수 있었다. 식사 후 오전에는 ‘쌍떼’라는 중환자동으로 갔다. 남여 환자가 구분되어 스무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병동이였다. 여자동은 분홍색, 남자동은 파란색으로 칠해진 건물 두개가 서로 마주 보고, 그 사이를 오갈 수 있도록 아트리움같은 통로가 연결해 주고 있었다. 원장수녀님은 병동을 돌며 환자 한명 한명의 상태를 설명해 주셨다. 골절, 절단, 욕창, 폐질환 등의 환자들이 직원들의 돌봄을 받고 있었다. 침상목욕을 해드리고, 침대커버를 교환하고, IV를 놓기도 했다. 어제 입원한 니꼴라의 욕창 드레싱을 교환하면서는 지금까지 본적없는 심각한 욕창에 놀라기도 했다. 니꼴라는 국립병원에 버려진 하지가 마비된 환자였다. 점심을 마치고, 오후에는 유아방에서 아이들을 돌봤다. 아이들 열명이 두 방에 나눠져 있었는데, 그 중 다섯은 얼마전에 한꺼번에 들어왔다고 했다. 수녀님이 국립병원에 들렀더니, 다섯아이들이 샤워장에 버려져 있는것을 병원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돌보다가 수녀님께 제발 데리고 가달라고 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모두 장애가 있었다. 수두증으로 보이는 머리가 큰 아이, 소두증으로 보이는 머리가 작은 아이, 뇌성마비, 다리 기형 등 아이들 저마다 장애를 지니고 있었다.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고 있는데, 한 여자아이가 드르륵 워커를 밀고 방문까지 다가 왔다. 안을 들여다본 아이는 워커를 입구에 놔두고 무릎으로 기어 방으로 들어왔다. 수줍어 하면서도 장난기 가득한 아이 이름은 ‘깨삐'라고 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와 장난감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깨삐가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밖에 나가자는 말인것 같아, 나는 여기서 아기들 봐야 한다며 손짓으로 아기들을 가리켰다. 그래도 깨삐는 계속 밖을 가리켰고, 손으로 십자성호 그어 보였다.‘아, 기도한다는 말이구나.’깨삐를 따라 나오니 성모상 앞에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기도를 하려는 참이였다. 깨삐 손에 묵주가 들려있는걸 보고 묵주기도인걸 알았다. 깨삐 옆에 나란히 앉아 사람들의 기도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기도를 하고 싶은 생각보다는,  그냥 그들을 바라보고 싶었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외우는 기도문 소리를 듣고, 석양이 색을 바꾸며 물들이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싶었다. 기도를 마치고 꽃동네 식구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깨삐도 워커를 밀며 가벼렸다. 잠시 후 하루를 마치는 기도를 드리고 원장수녀님께 물었다. “수녀님, 저는 내일 뭘하면 되나요?” “......저도 내일 무슨일을 해야할지 몰라요. 계획은 하지만, 항상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기거든요. 하느님이 주시는대로 그걸 하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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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는 사랑의 결핍 때문에 가정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아 길가에서 다리 밑에서 아무 말 없이 죽어가는 ’의지할 곳 없고 얻어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는’ 분들을 따뜻이 맞아들여 먹여주고 입혀주고 치료해주며,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 살다가 돌아가시면 장례해드리는 데까지 보살펴드리는 사랑과 구원의 공동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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