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순례자들: 아이티 꽃동네에서의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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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데베르신부님 씀
아이티에 처음 도착했을 때, 제 마음속에는 하느님과 그분의 백성을 섬기겠다는 꿈이 가득했습니다. 사역이 힘들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한 장소가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깊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그곳 사람들이 신앙과 희망의 의미를 얼마나 빨리 가르쳐 줄 수 있는지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첫날부터 아이티는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공항을 떠나 공동체로 향하는 길은 총을 든 소년들, 즉 갱단원들로 가득했습니다. 영화에서나 보던 광경을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 순간 제 마음은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속으로 '내가 이 여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고 자문했습니다.
하지만 꽃동네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집 앞에는 우리 꽃동네 가족들인 형제님들과 수녀님들이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심지어 저를 위한 환영 카드까지 준비해 주셨습니다. 두려움을 안고 도착했지만, 그분들의 따뜻한 환영은 제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그것이 아이티에서 배운 첫 번째 교훈이었습니다. '희망은 두려움이 우리를 압도하려는 바로 그곳에서 우리를 만난다'는 사실입니다.
아이티는 고통과 회복력이 공존하는 땅입니다. 가난이 단순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 되어버린 나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희망이 결코 사그라지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매일 저는 가난한 이들, 버려진 이들, 잊힌 이들, 그리고 소외된 이들의 눈 속에서 이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들이야말로 저에게 진정한 '희망의 순례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 스승들입니다.
아이티 꽃동네에서 저는 사회로부터 버림받았으면서도 우리를 두 팔 벌려 환영해 주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약값을 감당할 수 없는 환자들, 가족이 없는 외로운 노인들, 그리고 내일이 불확실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미소 짓고, 기도하며, 하느님을 신뢰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꽃동네의 정신입니다. 꽃동네는 단순히 장소가 아닙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세상 속에서 실재하며 활동하고 있다는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짐으로 여기지 않고 형제 자매로 바라보는 곳, 잊힌 이들에게 존엄성을 되찾아 주는 곳, 그리고 사랑이 행동이 되는 곳입니다.
처음 석 달은 쉽지 않았습니다. 죽음이 아주 가까이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한 번은 세 가정이 세상을 떠났는데, 시신을 안치할 냉장고가 단 한 대뿐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세 분의 시신을 함께 모셔야 했습니다. 너무나 가슴 아프고 무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도 희망은 있었습니다. 제게 깊은 위안이 되었던 것은 그중 두 분에게 병자성사를 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 여인에게 성사를 주던 감동적인 순간이 기억납니다. 기도를 다 마치기도 전에 그녀는 평화롭게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 곁에 서서 저는 슬픔과 평화를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녀가 세상에서 겪었을 고통 때문에 슬펐지만, 이제 그 모든 고통이 끝나고 하느님 곁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믿음 덕분에 평화로웠습니다.
그 순간들은 저에게 깊은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희망은 고통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 너머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곳에서의 6개월 동안 저는 희망이 막연한 관념이 아니라 하나의 '여정'임을 배웠습니다. 희망은 삶이 순탄할 때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어두울 때도 품고 가는 것입니다. 희망은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용기이며, 봉사할 수 있는 힘이며, 보이지 않을 때에도 하느님께서 일하고 계심을 믿는 신앙입니다.
이곳 아이티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희망에 의지해 살아갑니다. 제게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는 대림 시기와 성탄 시기입니다. 가난과 불안 속에서도 사람들은 기쁨으로 마음을 준비합니다. 노래와 기도, 소박한 축제는 우리에게 큰 소리로 말해줍니다. "그리스도께서 바로 이곳에 태어나셨다"고요. 고난 속에서 피어난 그 기쁨이 바로 진짜 희망입니다.
고통이 너무 커서 감당하기 힘든 날들도 있었습니다. 가난의 상처를 목격하고 버려진 이들의 아픔을 함께 느꼈습니다. 빈손과 무거운 마음으로 우리를 찾아왔던 이들의 얼굴이 기억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음식과 기도, 그리고 사랑을 나눌 때 그들의 내면에서 무언가 변화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우리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통해 일하시는 하느님 덕분에 일어난 기적입니다. 그것이 꽃동네의 아름다움입니다. 타인을 사랑하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하느님의 현존이 눈에 보이게 되는 곳입니다.
'자비를 통한 희망'도 체험했습니다. 수술이 절실했지만 돈이 없었던 '길(Gil)'이라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의 사연을 친구들에게 공유했고, 많은 분이 관대한 마음으로 응답해 주셨습니다. 길(Gil)이 마침내 수술을 받았을 때, 그의 얼굴에 서린 안도감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의 치유이기도 했습니다. 희망은 우리가 행동하기를 선택할 때 현실이 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아이티에서 저의 소임 중 하나는 꽃동네 형제들의 양성을 돕는 것이었습니다. 수련자, 청원자, 지원자들의 양성을 도우며 봉사의 삶을 식별하는 젊은이들과 동행하는 것은 거룩한 경험이었습니다. 하느님을 향한 그들의 갈망과 가난한 이들을 섬기려는 열정을 보았습니다. 그들의 열정은 희망이 오늘 우리가 섬기는 이들뿐만 아니라, 내일 이 사명을 이어갈 이들에게도 있음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또한, 땅에서 희망을 일구기도 했습니다. 작고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습니다. 무더위와 해충, 부족한 물에도 불구하고 상추, 양파, 고추 같은 채소들을 심었습니다. 천천히, 흙 속에서 생명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정원은 희망의 표징이 되었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명은 피어날 수 있다는 것,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열매를 맺게 하신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2025년 희년의 주제인 "희망의 순례자들"은 단순히 구호가 아니라 우리의 소명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여정은 안락함을 찾는 것이 아니라 고통받는 이들, 잊힌 이들, 그리고 하느님께서 여전히 우리를 돌보고 계신다는 표징을 기다리는 이들과 함께 걷는 것임을 기억하게 합니다.
아이티에서 저는 희망이 사치가 아니라 필수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사람들은 가진 것이 거의 없지만, 온 마음을 다해 희망을 붙잡고 있습니다. 그들은 희망이 우리가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에게 주는 것임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저에게 봉사할 은총을 주시고, 귀한 사람들과 교훈을 주신 아이티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그 사랑은 고통의 한복판에서 지금도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순례자가 된다는 것은 길이 험난할지라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희망의 순례자가 된다는 것은 어둠 속에 빛을 가져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순례자가 된다는 것은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용기와 사랑을 가지고 이 희망의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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