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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대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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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지아
댓글 0건 조회 3,569회 작성일 18-12-31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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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대하는 자세   아이티 꽃동네에는 시신 냉장고가 있다. 꽃동네에서 돌아가시는 분들을 위해 연도와 장례미사를 바치고 공동묘지에 묻어 드릴 때까지 그곳에 모셔두기 위함이다. 꽃동네에 도착하기 전 할머니 한분이 돌아가셨고, 그 분을 위해 꽃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연도와 장례미사를 바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원장 수녀님은 아이티 사람들이 시신 만지는 것을 두려워 하는 문화를 가졌다고 하셨다. 아이티에 소임 초기에, 중환자병동에서 환자가 돌아가셨는데 직원 누구도 그를 만지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임종 후 돌아가신 분을 닦이고, 깨끗하게 옷을 갈아 입히고, 가끔은 열린 항문으로 나오는 대변도 처리하고, 눈을 감겨 드리고, 입이 벌어진 상태에서 굳지 않도록 수건을 말아 턱 밑에 바쳐 두는 일련의 돌봄을 하려면 두 손으로 그를 만져야 한다. 아이티에서는 시신을 만지면 부정을 탄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고, 그런 아이티 직원들을 위해 직접 온 몸으로 보여 주시는 오랜 노력 후에야 그들도 그러한 인식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함께 살아가던 꽃동네 공동체에서 누군가 돌아가시면, 남아 있는 분들이 죽음에 대한 슬픔과 두려움을 느끼는 걸 보시고, 한국의 연도를 시작하셨다고 한다. 죽음은 떠남에 대한 슬픔이기도 하지만,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천국의 문이라는 것. 그를 기억하며, 그가 하느님을 다시 만나는 것을 기뻐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 주기위해 그들에게 연도를 교육 하셨다. 이제는 할머니 할어버지들이 신나는 북소리에 맞춰 노래를 하고, 죽은 이를 기억하며 추억을 나눈다고 한다. 연도가 이뤄지는 밤에 잠시 뒤에 앉아 참여할 수 있었다. 모두가 흥에 겨워 시끌벅적한 가운데, 간식으로 친교를 나누고 있었다. 음악 소리에 정신줄을 놓은 듯한 티가는 강당을 빙빙 돌며 뛰어 다녔다. 신이 나서 벌어진 입으로 금방이라도 침이 뚝뚝 떨어질것 같았다. 의자에 앉아 있던 청년이 정신없이 뛰어 다니는 티가를 나무라는 듯 해 보이자, 야고보 수녀님이 얼른 일어나 그러지 말라며 티가를 감싸 주셨다.  다음날에는 장례미사를 드리고 함께 공동묘지로 갔다. 사람들과 사고파는 물건들, 차들이 복잡한 길거리 바로 옆에 공동묘지가 있었다. 지금은 담장이 둘러쳐 있지만, 처음 이곳에 왔을때는 담장이 없이 밖으로 오픈 된 상태였다고 한다. 들고 가는 관 뒤를 따라 공동묘지 안 쪽으로 점차 들어갔다. 양 옆으로 풀이 가득한 정신 사나운 길을 따라 가는데 그곳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우리 뒤를 따라왔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묻힐 묘지 옆에는 오래되고 부서진 관 하나가 버려져 있었다. 죽는 사람은 많고, 묘지가 부족한 이 곳에 한 묘지를 여러 사람이 함께 쓰고 있었다. 이전에 묻혀 있던 사람이 백골화가 진행되면 다시 그 관을 꺼내 시체만 도로 묘지 안으로 넣고, 그가 들어 있던 관은 밖에 버린다. 그리고 새 시체의 관을 그 묘지 안에 넣어 같이 묻는 것이다. 그러다 다시 그 시체가 백골화되면 꺼내서 관은 버리고 시체만 다시 넣고, 또 다른 새 시체의 관을 같이 묻는다. 죽어서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묘지를 공유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꺼림칙 해졌다. 흙과 시멘트를 섞어 만든 반죽으로 묘지의 입구를 메우고 신부님께서 기도를 해주셨다. 묘지를 떠나려는데, 베드로 형제님이 훼손 된 십자가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 앞을 가 보니 큰 십자가에 계신 예수님의 양 팔이 잘려 있었다. 부두교에서 부활절에 십자가를 훼손하고 그 위에 동물의 피까지 뿌렸다고 했다. 죽음과 어둠이 가득한 이 곳 한가운데서 팔을 잃고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을 그저 바라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입구로 돌아가는 길에 부두교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려고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의 거칠고 어두운 기운에 약간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아까부터 우리를 따라오던 사람들 안에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 뒤를 걷게 되었을 때 그가 신은 슬리퍼의 절반이 떨어져 나가 뒤꿈치 양쪽이 땅에 닿는 것이 보였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조용히 나의 신발을 원하는지 묻자 여자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리고 돈을 달라고 하는 것 같았지만, 나에게는 돈이 없었다.  다시 차에 올라 묘지를 떠나며 새삼 아이티 꽃동네 수도자들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어둠이 가득한 곳에서 빛을 만드는 사람들. 길에 버려진 사람들을 데려와 씻기고, 깨끗한 옷을 입히고, 식사를 대접하고, 질병을 치료하고, 그들과 한 가족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 부모로부터 버려지는 많은 장애아이들을 데리고 와 그 아이들에게 부모가 되고 선생님이 되어주는 사람들. 하느님만 보고, 하느님만 의지하며, 하느님과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 희망이 없어도 희망할 줄 아는 사람들. 어쩌면 그들이 있기에 우리의 삶은 여전히 따뜻하고, 여전히 아름답고, 여전히 인간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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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꽃동네 (Haiti_Kkottongnae)

’꽃동네’는 사랑의 결핍 때문에 가정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아 길가에서 다리 밑에서 아무 말 없이 죽어가는 ’의지할 곳 없고 얻어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는’ 분들을 따뜻이 맞아들여 먹여주고 입혀주고 치료해주며,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 살다가 돌아가시면 장례해드리는 데까지 보살펴드리는 사랑과 구원의 공동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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