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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꽃동네에서 만난 사람들 10/16/2017~10/20/2017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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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지아
댓글 0건 조회 24,335회 작성일 17-11-05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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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2017, 만남 _ 니꼴라.   내가 꽃동네로 오기 하루 전, 쌍떼에 남자 한분이 입원했다. 키가 큰 니꼴라. 머리를 다쳤는지 말이 어눌하고 안구진탕이 있고, 하지가 마비된 젊은 남자이다. 국립병원 샤워장에 버려진 니콜라를 수녀님이 병원에 들른차에 보게되어 실어 온 것이다. 얼마나 그곳에 버려져 있었는지는 모른다. 드레싱을 하겠다고 하자, 원장수녀님은 냄새가 많이 날거라고 말해 주셨다. 좌우 골반뼈, 엉덩이에 커다랗고 깊은 욕창이 있었다. 드레싱을 열자 그곳에서는 썩은 고기 국물같은 진한 회색의 분비물이 뚝뚝 흘러 내렸다. 냄새는 지독했고, 원장 수녀님은 이게 시체 썩는 냄새라고 하셨다. 양쪽으로 위 허벅지 뼈가 보이고 욕창 주변의 살도 검게 썩어 있었다. 쏟아지는 분비물. 갖추어진 재료들로 드레싱을 교환하자 그새 분비물들이 밖으로 배어 나왔다. 다리에는 좌우 무릎과 발목 안팎으로 욕창이 생겼고, 무릎의 욕창에는 힘줄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처음 드레싱을 교환할때는 꼬박 두시간이 걸렸다. 원장 수녀님은 “상처가 나쁘지만, 구더기는 나오지 않았어요. 구더기가 가득차 하나씩 잡아 꺼내면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거든요.” 라고 말씀하셨다. 나와 말이 통하지 않는 직원들이 인내심있게 다리를 잡아주고 자세를 변경하며 끝까지 도와주었다. 소변이 욕창을 건드리지 않도록 페니스에 소변을 모아 밑으로 내려주는 기스모를 붙였지만 계속 빠지고 제기능을 하지 못해, 소변줄을 삽입했다. 처음엔 소변색이 진한 갈색이더니 수액을 맞으며 색깔이 점차 연해졌다. 니꼴라는 입맛도 까다로워 아침식사로 나온 죽도 두 숟갈 받아 먹더니 이내 컵을 밀어 냈다. 직원을 통해 왜 안먹냐고 물으니 맛이 없댄다. 그래도 상처가 나으려면 잘 먹어야 한다고 했더니 그래도 싫다고 한다. 윌리가 삶은 계란 하나를 가져와 입에 넣어 주자 억지로 씹어 삼켰다. 원장수녀님께 니꼴라는 입맛도 까다롭다고 하자 수녀님은 그럼 닭이라도 한마리 잡아서 줘야 한다고 하셨다. 단백질 가루를 타주고, 좋아하는 음식을 줘 회복을 잘 시켜야 한다고 하셨다. 이후 드레싱을 교환할때마다 냄새가 좀 나아지려나, 살이 좀 돋아 나려나, 구멍이 작아지려나 하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열어보지만 그때마다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어느 밤에는 원장 수녀님과 드레싱을 교환하고 있자니, 신부님이 지나가시며 냄새가 성모상까지 난다고 하셨다. 나는 회의적이였고,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원장 수녀님은 이전에도 비슷한 환자가 항생제를 쓰고 드레싱을 교환하며 극적으로 좋아진 이야기를 해주셨다. 목 밑의 깊은 욕창이 다 낫자 피부가 수축해 음성 꽃동네 병원에서 피부이식 수술을 받은 그 환자가 지금 마을에서 함께 살고 있다고 하셨다. 니꼴라도 그렇게 됐으면,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밤 공기를 걸어 숙소로 돌아가며 하느님께 니꼴라를 돌봐주시도록 부탁드렸다. 꽃동네를 떠나는 날은 새벽 네시에 일어났다. 밤새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가방을 싸고, 방을 정리하고, 니꼴라가 있는 병실에 갔다. 아침 미사 시작까지 시간이 많지 않고, 아직 환자들이 자고 있는 시간에 시끄럽게 부산을 떨지 못할 것 같아 가장 마음이 쓰이는 오른쪽 골반 욕창을 뜯어봤다. 병실 밖에 긴 총을 든 경비 두명이 지키고 서서 내가 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우스개 소리로 그 총으로 나를 쏘지는 말아달라고 하자 ‘당신은 환자를 돌보는 착한 사람이니 걱정말라.’고 하며 웃어 주었다. 드레싱을 열자 아직도 분비물과 냄새가 심했다. 그곳의 욕창만 새로 드레싱을 하고 아침 미사를 드리러 갔다. 니꼴라는 나을 수 있을까. 꼭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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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는 사랑의 결핍 때문에 가정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아 길가에서 다리 밑에서 아무 말 없이 죽어가는 ’의지할 곳 없고 얻어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는’ 분들을 따뜻이 맞아들여 먹여주고 입혀주고 치료해주며,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 살다가 돌아가시면 장례해드리는 데까지 보살펴드리는 사랑과 구원의 공동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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