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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꽃동네에서 만난 사람들 10/16/2017~10/20/2017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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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지아
댓글 0건 조회 22,071회 작성일 17-11-05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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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2017, 첫째날 _ 안녕.   어젯밤을 꼬박 세운 탓에 비행기에서 곯아 떨어질것 같았지만, 30여분을 졸다 일어났을뿐 잠은 오지 않았다. 좁은 비행기 안에서 불편한 허리를 이리 저리 조금씩 틀어가며 도착을 기다렸다. 아이티 Port-Au-Prince 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고 출구로 나왔다. 레일을 따라 늘어선 사람들 사이를 지나는데 꽃동네 타데오 신부님이 그 틈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차에 짐을 싣고 시내로 나왔다. 창밖으로 낯선 사람들과 그들이 사는 세상이 보였다. 오래 전 혼자 배낭여행을 다닐때 보았던 모습들이 겹치며 그때의 감정들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그 감정들이 내 안에 여전히 남아 있었나보다.  신부님이 토마스 수사님의 비자를 찾고, 공구 파는 가게에서 필요한 일을 보시는 덕분에, 나도 따라다니며 여기저기 구경을 했다. “계란빵 드실래요? 꽃동네 도착하려면 식사때를 지나서요.” 신부님이 길거리에서 사 오신 계란빵에는 소세지와 계란, 케첩, 핫소스가 들어 있었다. 말랑한 빵안에 든 재료의 조화가 맛있었다.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도, 빵 한개를 맛있게 먹었다. 창밖으로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가는 아이들로 길거리가 가득 차 있었다. “아이들이 정말 많네요.” “오전반 마치고 집에가는 아이들이예요. 학교가 부족해서 오전, 오후 반으로 나눠서 있어요. 그나마 돈이 없는 아이들은 학교를 못 가지요.” 아이들은 성장해서 학교를 졸업해도 일자리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일을 보고 꽃동네로 들어가는 길에 아이티의 사정에 관해 약간이나마 들을 수 있었다. 새로 정권을 잡은 대통령이 터무니없이 높은 과세를 부여하면서, 여기저기 쿠테타가 일어나는 불안한 상황에서 유엔의 철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총싸움에 사람이 죽기도 하고, 길가에 죽은 시체가 버려져 있기도 하며, 해가 지면 강도가 많다고 했다. 시내의 거리는 얽히고, 끼어들고, 역주행하는 차량들로 혼란스러웠다. 교통신호등도 없고, 마주보고 달려오는 차 앞에 끼어들어 세우고, 좌회전, 우회전, 유턴이 난무했다. 여기저기 움푹 패인 도로에서의 운전은 온몸을 좌우로 마구 흔들어 댔다. 혼잡한 시내를 벗어나 한참을 달려 꽃동네에 도착했다. 경비가 열어주는 게이트를 지나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서자, 양쪽으로 아기자기한 색색의 작은 집들과 나무들이 늘어서 있었다. 쓰레기가 천지에 널려있고, 곳곳에 구정물이 고여있는 바깥세상과는 전혀 다른 곳 이였다. 몸집이 작은 할머니들이 여기저기 앉아 있었고, 평화로운 고요함이 가득했다. 차에서 내리자, 수녀님 세분과 수사님 두분이 기다리고 계셨다.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로 들어가 함께 짐을 풀었다. 성당 자매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도, 막상 짐을 풀고 보니 초라해 보였다. 이후 내 짐만 챙겨 숙소로 향했다. 십자가가 놓여있는 큰 강당같이 생긴 건물을 돌아 뒷편의 작은 방으로 갔다. “어제 페인트 칠을 했어요. 냄새가 조금 날거예요.” 산뜻한 초록색을 입힌 깔끔한 벽과 깨끗한 바닥, 구김 없이 정리된 침대, 그 위에 세워진 모기장. 벽에 맞닿은 테이블에는 치약과 비누, 초와 성냥개비 그리고 수건 하나가 놓여 있었다. 노란 다이얼 비누를 보면서 마침 비누를 챙기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은 수건 하나만 챙겨왔기에 여유분이 생겼구나 생각하던 차에, 신부님이 나가시며 “그 수건은 걸레예요.”라고 말해 주었다. 저녁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신발을 벗지 않은 발을 땅에 대고 잠시 침대에 옆으로 누워 봤다. 보송한 베갯잇에 기분이 좋았다. 이대로 잠을 자도 좋을 거 같았다. 잠시 누워있다 밖으로 나갔다. 나는 이곳에서 금요일까지 지내게 될 것이다.   ‘하느님, 당신이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듣고, 하게 주시는일들을 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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