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꽃동네 방문기 - 토비야 형제님 편 2018년 12월 20일 > 테마가 있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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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꽃동네 방문기 - 토비야 형제님 편 2018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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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댓글 0건 조회 8,058회 작성일 19-02-22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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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마음먹고 있었던 아이티 꽃동네 방문이 실현되었다. 기뻤지만 한편으론 걱정과 두려움, 초조함, 부끄러움, 등 많은 단어들이 떠올라 갈 길을 무겁게 만들었다. 모든 근심걱정을 뒤로하고 함께가는 일행과 아이티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4시간 정도를 날아 아이티 상공에 다다랐을 때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민둥산과 색깔 없는 작고 밋밋한 건물들이 밀집되어있는 작은 소도시 같았다. 아이티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작은 도시의 시외버스 터미널 정도 크기의 초라한 공항이다, 뉴욕 JFK 공항에서 내 가방을 싣지 않아 분실신고를 하고 공항 밖으로 나와서 마중 나오신 마지아 원장 수녀님과 도마 수사님을 만났다. 여기져기 긁힌 승합차를 타고 이이티 꽃동네로 출발했다. 가는 길 양쪽에 펼쳐져 있는 그림들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차들과 사람들이 뒤엉켜 도로는 무법천지 같았고, 공항에서 꽃동네까지 가는 동안 신호등이라곤 공항 초입에 있는 한 곳이 전부였다. 쓰레기로 가득 찬 거리, 멀쩡한 곳이라고는 단 한 군데도 없어보이는 주거지(집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판매를 한다는 자체가 이상할 정도의 물건들을 진열해 놓고 팔고있는 길거리 노점상들, 너덜거리는 옷을 걸치고 이리저리 걷고 뛰어다니며 아무런 희망도 없이,살기 위해서도 아닌 오로지 먹기만을 위해 끊임없이 먹을것만을 찾아 헤메고 있는 듯한, 초점도 없고 의지도 의욕도 없는 눈빛들……. 탄성만 저절로 나올 뿐이었다. 약 20 킬로미터도 안되는 거리를 한 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했다. 꽃동네 정문을 들어서니 깨끗하게 정리된 작은 길 끝에 꽃동네 주 건물인 사무실이 눈에 들어 왔다, 작고 허름하지만 처음으로 건물다운 2층짜리 건물을 보았다. 소개하지 않으면 그냥 일꾼인 줄 착각할 정도의 신부님과 수사님들 그리고 작업용수도복(?)을 입으신 맑은 눈과 밝은 얼굴의 수녀님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인사를 마치고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작은 숙소가 여러 채 있는데 각 숙소에는 침대가 두 개 선풍기 한 대 그리고 접이용 데이블이 구비되어 있었다,  최근에 업그레이드 해서 멀리서 찾아오는 봉사자들을 위해 특별히 배려하신 것이었다. 공용으로 사용하는 몇 개의 화장실엔 물을 받아 씻을 수 있는 함지박까지 있어서 더욱 완벽했다. 물과 전기는 필요한 시간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시몬 수녀님의 안내로 동네를 둘러 보았는데, 버려진 장애 아이들이 있는 아기 집, 갈 곳 없거나 장애가 있는 분들을 모시는 여자 숙소 와 남자 숙소,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중환자실, 정신적 장애가 있는 분들을 모시는 남자 숙소와 여자 숙소, 기도방이 달린 식당 겸 성전, 신부님과 수사님들의 놀이 공간인 공작소(필요한 가구나 철재 구조물들이 이곳에서 제작되고 있음),닭장(못가봤음)등, 이 모두를 단 여섯 분(신부님, 두 분의 수사님, 세분의 수녀님)이 관리하고 계셨다. 모신 분들은 총 280여분, 어쩔 수 없이 목공이 되었고, 기술자가 되었고, 보모가 되었고, 영양사가 되고 선생님이 되어야 했으며 의사,간호사,상담자가 되어야만 하는 신부님과 수도자님들, 일인이역이 아니라 일인다역을 하고 계셨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기도실에서 삼종기도를 다 함께 바쳤다, 생전 처음으로 드리는 삼종기도가 정말 좋았다. 시편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맑은 목소리로 리듬에 맞춰 기도하는 수녀님들과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르고 있는 듯한 신부님 수사님들의 합송이 나에겐 너무도 신비스럽게 다가왔다. 숙소에 돌아와서 함께 방문하신 일행분들과 마지아 원장 수녀님이 함께 이야기꽃을 피웠다, 수녀님 말씀 중 “ 우리는 복지사업이 아니고 구원사업입니다” 짧으면서 강력한 메세지를 머리속에 새기고 잠이 들었다. 물론 복지사업도 큰 틀인 구원사업 안에서 당연히 행해지고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었다. 다음날, 아침 5시 30 아침 미사 봉헌에 이어서 아침기도를 마치고 천사의 집(아기집)으로 향했다, 모두가 장애를 가진 작은 아기들과 아이들, 그야말로 천사들이 우릴 맞았다. 변을 가리지 못하고 심지어 먹기까지 해서 권투글러브를 끼워놓은 아이, 다리가 양쪽으로 벌어지는 병을 앓고 있어서 가벼운 쇠봉으로 양쪽 다리를 고정해놓은 아이(그런데도 옆으로 잘도 뛰어놀고 있었다), 팔다리에 장애가 있고 정신적으로 미숙한 아이들, 이 아이들은 국립병원에서 방치되어 있거나 쓰레기장, 혹은 거리에 버려져 있던, 말 그대로 버려진 아이들이었다. 머리를 예쁘게 딴 안젤라에게 밥을 먹이게 되었다. 안젤라는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아이였는데 밥을 혼자 먹기는 하지만 너무 어려워서 몸과 주변에 많이 흘리면서 먹어야 했다, 입, 얼굴주변과 바닥, 몸에 묻어있는 음식물들을 닦아주며 힘들 게 겨우겨우 먹이고 나니 무슨 큰일은 한 것처럼 뿌듯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주었다, 작은 아기들을 안고 먹여줄 때는 너무 사랑스러웠다, 아이들과 눈도 마주치고 이마에 입맞춤도 해 주었다. 아…! 나도 할 수 있구나, 누군가의 미음에 조금의 사랑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 누구도 할 수 있겠구나, 이것이 주님께서 우릴 사랑하시고 우리도 남을 사랑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에게 주신 크나큰 사랑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에게 밥을 먹인 다음 성전 겸 식당에서 맛있는 아침 식사를 마을 가족분들과 함께 했다. 반찬 없는 성찬(?) 이었는데 맛있게 먹었다. 아침 식사 후, 남자들 숙소에 가서 그분들을 목욕시키고 수염도 깎아 주었다, 숙소 안의 침대 시트도 갈아주고 창문(유리가 없음)에 있는 블라인드도 닦아주었다, 장애가 있는 분들이라 숙소 안에는 역간 냄새가 나고 어떤 블라인드엔 실례해서 칠해놓은 부분도 있었지만 아주 깨끗이 닦는 데는 전혀 문제될게 없었다. 깨끗이 목욕을 시켜드리고 기저귀와 옷을 갈아입히니 멋쟁이가 따로 없었다, 꼭 안아드리며 하느님께 기도했다, “주님 감사합니다.” 다음 날, 오토바이택시(그냥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불러서 요금 흥정하고 타면된다)로 수사님과 함께타고 공항에 가서 짐을 찾았다. 짐가방에는 주로 김,라면,캔반찬류 등이다. 그나마 봉사하러 오시는 분들이 이렇게 조금씩 가져와야 여기 계신 분들도 드시고 봉사자들도 조금씩 먹을수 있기 때문이다. 짐을 찾아 오니 중환자실에서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비보가 들렸다. 오신지 얼마 안 된 분이었고 위중하셔서 편안한 임종을 맞도록 해 드리기 위해 이곳으로 모셔온 분이었다. 전날 중환자실에 들렸을때 수녀님이 아마 이분은 호흡이 길어지는 것을 보니 오래 못 사실 것 같다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다음 날, 장지 출발 전 예식을 거행하고 관을 트럭에 모시고 장지로 향했다. 묘지에 도착해서 입구인지 담이 무너진 곳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곳을 통해, 마련된 묘지까지 운구하였다. 어렵게 도착한 묘지는 사격형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위에는 콘크리트 십자가를 만들어 놓았다. 미리 묘지 정면을 뚫어 놔서 운구한 관을 밀어 넣고 입구에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발라 입구를 막았다. 막는 동안 신부님의 주송으로 묵주기도 영광의 신비를 한 꿰미 바쳤다. 그리고 신부님께서 마르지 않은 시멘트벽에 날짜와 돌아가신 분의 이름을 새기었는데 이름은 “NICOLAS” 였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수녀님이 처음으로 간식을 사주셨다. 얇은 비닐봉지에 담긴 사탕 수숫대였는데 50여년 전에 즐겨먹던 옥수숫대보단 나았다. 오늘은 쓰레기장 가는 날이다. 쓰레기장에서 생활하는 분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옷을 나누어 주러 가는 날이다. 나누어 줄 음식상자(적어도 상자당 10킬로그램 이상 되어보였다) 300여개와 옷가지를 창고에서 트럭으로 옮겨 싣고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쓰레기장 중앙에 도착하니 여자아이들과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줄을 서 있었다. 가족 중에서 여자만이 받아갈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주위에는 100여명 이상의 남자들이 서성거리고 알아듣지 못하지만, 굉장히 거친 말들을 뱉어내고 있었디, 분위기가 너무 험악하여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처럼 느껴졌다. 우여곡절 끝에 작은 집으로 상자들을 옮기고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여자들이 한 줄로 입구에 들어서면 미리 나누어준 카드를 신부님께 내고 안으로 들어오면 우리는 한 상자씩 머리에 이어주고, 옷가지 한 장을 어깨에 걸쳐주고 곧장 맞은편 문으로 나가면 기다리고 있던 아버지나 가족들이 받아들고 가면 된다. 그런데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이 행패를 부린다, 가족이 없는 여자아이가 이고 가는 상자를 강제로 빼앗거나 나누어주는 도중에 창문을 통해서 탈취하려 하기도 했다. 건물 중간에 있는 문을 강제로 열려고 해서 수사님이 온 힘을 다해서 끈으로 손잡이를 묶어서 배분하는 내내 잡아당기고 계실 정도다. 한바탕 소동 속에 다 나누어 주고나니 여기저기서 큰 소리가 들린다, 먼지 때문에 얼굴에 복면을 한 사람들이 큰 소리로 우리들을 향해 소리친다, 금방이라도 달려들어와 해코지를 할 것 같아 두려움이 들 정도다, 정말 위험함을 느꼈다. 그런데…! 그런 험악한 그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신부님,수녀님,수사님들은 너무도 초연했다, 수녀님들에게서 품어나오는 카리스마가 그들을 압도하기에 너무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신부님, 수사님들, 어쩌면 저렇게 태연하고 의연하신가…! 놀랍고 놀라웠다, 아! 한 점의 의심도 없는 믿음, 하느님을 온전히 믿고 따르고 의지하고 있으니 그 무엇인들 두렵겠는가…. 돌아오는 내내, 아니 봉사 기간 내내 생각했다, 나도 이분들처럼 나를 하느님께 온전히 맡겨드릴 수 있을까?. 마지막 날 아침, 아이티 국립병원을 방문했다, 환자들에게 빵과 음료수를 나누어 주기 위해서다, 환자들에게 음식이 제대로 공급이 되지않는 국립병원, 음료수와 빵을 어깨에 메고 각 병동을 돌아다니며 누워계신 환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때론 수녀님들께서 심령기도도 해 주었다. 모두가 익숙한 듯 우리들을 맞아주었다, 국립병원이라는 곳이 악취가 진동하고, 음식 제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이요 치료조차 제대로 해 주지 못하고 있었다. 한심하기 짝이없다. 신축중인  병동의 공사가 멈춰있는 이유가 중간에 누가 건축비를 가로챘기 때문이라는 말에 화가 치밀고 답답하기만 했다. 답을 찾을 수 없음에 안타까움만 쌓여갈 뿐이었다. 돌아와서 떠날 준비를 하였다. 간단한 짐을 정리하고 이불 시트와 베갯잇을 빨아 널고 침실을 정리했다. 신부님과 수녀님 수사님들에겐 그저 일상이 되어버린 헌신적 삶, 하느님의 부르심에 그저 ”예” 하고 오직 당신만을 믿고 의지하고 따르며 이곳으로 오신 그분들께 한없는 사랑과 감사를 드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직접 뵌 성자들이시다. 언제나 건상하시고 주님이 함께 머물러계시기를 간절히 주님께 기도드린다. 비행기에 몸을 싣고 오면서 생각했다, 내가 또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를……. 그런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내년에 다시 가기로 했다, 그것도 내 큰 아들놈하고… 큰 아들놈이 함께 가자고 자진 납세했다. 천사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시고 당신이 우리 가운데 살아계심을 깨우쳐 주신 주님, 감사 하나이다. 주님께서는 찬미와 영광을 영원히 받으소서…… 또 다른 나를 발견했음을 나는 분명히 느낀다…… 사랑과 은총을 한 아름 받고 온 김수한 토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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