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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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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지아
댓글 0건 조회 3,761회 작성일 18-12-31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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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내가 쥴리엔을 처음 만난 것은 작년 아이티 방문 전 이였다. 시몬 수녀님께서 남자 옷이 없어서 여자 옷을 입는 아기가 있다고 하시며 사진을 한 장 보내 주셨다. 까맣고 동그란 얼굴에 곱슬기가 가득한 작은 아기 였다. 이제 삼개월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는 눈이 참 예뻤다. 사진 속에서 고사리 같이 작고 얇은 손가락으로 수녀님의 검지 손가락을 꼭 쥐고 있었다. 아이티에 도착해 만난 쥴리엔은 아주 작았고, 웃는게 예뻤고, 좀체 울지 않는 조용한 아기였다. 안아 주면 눈을 맞추고 소리 없이 환히 웃고, 내려 놓으면 조용히 엄지 손가락을 빨았다. 다리가 활처럼 밖으로 휘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쥴리엔은 양 다리 전체에 석고 붕대를 감고 있었다.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 석고붕대를 갈아 주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올해 다시 만난 쥴리엔은 일년 사이 몸집이 더 커지고 얼굴도 뚜렷해져 있었다. 원장 수녀님은 쥴리엔이 백일섭 아저씨를 닮았다고 하셔서 웃다가 생각해 보니 또 그런것도 같았다. 곱슬 머리는 여전했고, 뒷통수에 곰팡이균 때문에 각질이 일어나긴 했지만 동글동글한 머리통은 꼭 커다란 참외처럼 예뻤다. 다리의 석고 붕대를 풀었지만 양 다리는 양반 다리 자세로 포개어져 고정되어 있었다. 그 포개어진 다리로 앉았다 누웠다 하는걸 보면 신통 했다. 바닥에 내려 넣으면 두 팔로 쓱쓱 바닥을 밀며 얼마나 잘 기어 가는지, 예쁘다 엉덩이 톡톡 두드려주면 뒤돌아 보며 씨익 웃어 주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 소임을 마친 오후에 시간이 나면 콧구멍에 바람 넣으러 가자며 밖으로 안고 다녔다. 대부분 레스땡이나 케피 뒤를 따라 다녔지만, 마당에서 노는 닭을 보면 신기하게 쳐다봤고, 목줄에 메인 어린 강아지는 기겁을 하며 무서워했다. 식사로 나온 옥수수죽을 쏙쏙 잘 받아 먹고, 배고플땐 우유 한통도 거뜬히 해치웠다. 우선 기분이 내켜야 하지만 짝짜꿍, 도리도리, 잼잼도 잘 한다. 수사님을 따라 레스땡을 등교 시키고 쥴리엔을 안고 꽃동네로 돌아오며 이 아이도 훌쩍 커 학교에 갈 나이가 오겠구나 생각했다. 틈만 나면 아이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시키는 수사님이 옆에 걸으시며 쥴리엔에게 ‘엄마’ 라는 단어를 말해 주셨다. 문득 이 아이는 엄마를 가져 본 적이 없고, 엄마를 불러 본 적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부님과 수사님처럼 좋은 아빠들과 훌륭한 수녀님 엄마들이  있지만 오로지 나의 엄마는 아닐 것이다. 꽃동네를 떠나는 날 아침에는 쥴리엔을 안고 동네를 돌아 다녔다.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약국에 들러 조금 더 뒷 정리를 하고 싶었지만, 줄리엔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그냥 그러기로 했다. 마당에 돌아다니는 닭을 보며 신기하게 쳐다보고, 마당에 핀 꽃을 꺽어 귀 뒤에 꽂아 주니 귀찮은듯 이내 빼서 바닥에 버렸다. 작은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꽃을 돌려 보는게 무척 귀여웠다. 크고 까만 눈으로 쑥스러운 듯 쳐다 보다가도 이내 밝게 따라 웃었다. 이 작은 녀석이 그립다. 원장 수녀님은 쥴리엔이 다리 교정 수술을 받으면 걸을 수 있을거라고 하셨다. 작년에 만났을때 휜 다리로 기어 다니던 레스땡이 지금은 뛰어 다니는 걸 보니 쥴리엔도 그럴 수 있을거 같다.  오늘도 줄리엔을 위해 기도한다. 하느님이 만드신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하느님이 만드신 모든 것을 누리며, 하느님을 사랑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나의 작은 기도가 하느님께 닿아 이 아이 위에 은총으로 내려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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